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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세속주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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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이슬람주의 여당이 해산 위기에 놓이면서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터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1일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에 대한 정당 해산 청구를 기각하지 않고 심리를 진행할 것을 재판관 11명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 터키 검찰은 “AKP가 샤리아(이슬람법)를 도입하려 한다”며 AKP의 해산 및 이 정당 소속인 압둘라 귈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 등 정치인 71명에 대해 5년 동안 정치활동을 금지시킬 것을 헌재에 청구한 바 있다.


정교분리 노선을 걸어온 터키에서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가 정면충돌한 것은 AKP가 올해 2월 대학 내 히잡(이슬람 전통 스카프) 착용을 금지한 헌법 조항의 개정안을 의결한 데서 비롯됐다.


2002년 집권한 AKP는 지난해 7월 총선에서도 550석 의석 중 340석을 석권했다. 이어 8월에는 아메트 네지데트 세제르 전 대통령이 물러났다. 그는 7년의 재임 기간에 대통령 직선제 등 이슬람 정당에 유리한 헌법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이슬람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막았다.


이어 취임한 이슬람주의자 귈 대통령이 히잡 착용 금지 규정 철폐안을 곧바로 승인하자 세속주의파가 장악한 군부와 법조계,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이 반발하며 AKP 해산을 청구하게 된 것이다.


터키 헌재는 세속주의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11명의 재판관 중 7명이 찬성하면 정당 해산 결정이 내려지는데 세제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세속주의파 재판관이 8명이나 된다.


헌재는 1962년 설립된 뒤 지금까지 무려 26개의 정당을 해산시켰다. 1996년 집권한 이슬람 계열의 복지당(RP)을 세속주의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1998년 해산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정치권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터키의 염원인 EU 가입은 더욱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터키 통계청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5%에 그쳐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는 등 경제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AKP가 해산 결정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터키가 EU 가입에 필요한 개혁은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올리 렌 EU 확대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정당의 해산과 활동 금지는 극히 제한적이어야 한다”며 터키 헌재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에 반대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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