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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최지' 터키의 에르주룸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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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한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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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최지' 터키의 에르주룸을 가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의 유치 경쟁이 치열한 것은 이를 통해 도시나 국가의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평창이 10년 동안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애써온 것도 지역 발전의 한계를 단숨에 뛰어넘는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제25회 동계유니버시아드를 개최하는 터키의 에르주룸도 마찬가지다. 대학생들의 스포츠 제전인 유니버시아드는 규모나 관심에서 올림픽에 비할 수 없지만 동계스포츠의 ‘변방’인 터키나 에르주룸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2011 에르주룸 동계U대회 조직위원회는 대회를 앞두고 경기장 시설을 살펴보도록 세계 각국의 기자들을 초청했다. 2박3일간의 에르주룸 방문. 그곳에서 본 것은 ‘시설’이 아니라 ‘꿈’이었다.

◇에르주룸의 새 긍지. 스키점프 타워
개·폐회식이 열리고 메인프레스센터와 국제방송센터가 자리잡은 제말 귀르셀 스타디움을 시작으로 아이스하키. 빙상. 컬링. 알파인스키. 바이애슬론 등 각 종목의 경기장을 둘러봤다. 이번 대회를 위해 거의 모든 경기장을 새로 지었는데 2억유로(약 3000억원)가 들었다고 한다. 정부의 스포츠 부문 실무 책임자인 유누스 아크귈 청소년체육국장은 “대회 준비에 큰 문제는 없다. 터키는 2010 세계농구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스포츠. 특히 국제스포츠 이벤트의 경험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유일한 문제는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라고 덧붙였다. 터키는 1989년 소피아 대회 때 동계유니버시아드에 처음 출전했고 4년 전 하얼빈 대회 때 21명의 선수를 출전시켰는데 아직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는 처음으로 전 종목에 출전하지만 메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터키 관계자들은 이번 대회의 특별한 점으로 사상 최대의 규모와 스키점프 시설을 꼽았다. 58개국 3000여명의 선수단이 등록해 종전 최다였던 2007년 토리노 대회를 넘어섰다.

또 하나 특별하다는 스키점프 시설을 보러 갔다. 터키 최초의 스키점프 시설 건설에 미국과 슬로베니아 전문가가 참여했다고 한다. 5개의 점프대가 있으며 K-95 노멀힐과 K-125 라지힐 등 올림픽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스키점프 시설은 훌륭했다. 노르웨이의 스포츠기자로 노르딕스키 전문인 롤프 오딘은 “노르웨이에는 스키점프 시설이 많지만 모두 오래됐는데 이렇게 최첨단 시설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감탄했다. 에르주룸은 유니버시아드 이후 이 경기장에서 국제스키연맹(FIS)컵 대회를 유치할 계획이다. 8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고 100개실 규모의 숙박시설도 갖춰 유럽 각국과 공동훈련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에르주룸의 상징은 ‘쌍둥이 첨탑 마드라사’라는 이슬람 건축물이다. 셀주크 터키 시대에 술탄의 딸을 위해 지어진 유서 깊은 이 곳에서 설상 종목의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이 도시에 스키점프 타워라는 새로운 자랑거리가 등장했다. 스키점프 시설을 본 다음 날 밤 에르주룸시가 기념 행사를 열었다. 2000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환하게 불을 밝힌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전통 무용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관계자들은 물론 시민들도 모두 자부심 가득한 표정이었고 행사 분위기는 그야말로 ‘축제’였다. 스키점프 경기장을 가득 채운. 예상을 벗어난 열기에 영화 ‘국가대표’가 떠올랐다. 쌍둥이 첨탑 마드라사가 에르주룸의 과거를 상징한다면 스키점프 타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의 표상인 셈이다.

◇동계스포츠 낙원을 향한 출발
이스탄불에서 에르주룸으로 이동한지 얼마되지 않아 휴대폰 화면에 외교부의 자동 발송 문자가 떴다. ‘여행 제한 지역에 있으니 긴급한 용무가 아니면 속히 출국하라’는 내용이었다. 에르주룸은 외교부가 ‘여행제한’으로 지정한 터키 동부 13개주에 포함되지 않지만 이들 지역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경고 문자가 온 모양이었다.

터키는 관광대국으로 유명하지만 동서간의 경제적 불균형이 심하다. 이스탄불이나 이즈미르 같은 서쪽 도시들은 유럽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동쪽은 전체적으로 개발이 덜 된 상태다. 인구 65만의 에르주룸도 마찬가지다. 2000여년 전 아르메니아 왕국 시절부터 카린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고. 비잔틴 제국에서는 테오도시우스 1세의 이름을 따서 테오도시오폴리스라 불리웠으며. 셀주크 터키의 지배 하에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된 지도 940년이나 된 고도(古都). 그러나 서쪽지역에 비해 낙후되고 소외돼 있다. 동계유니버시아드를 유치한 것도 이를 통해 동계 스포츠 산업과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이번 대회 스노보드와 프리스타일 스키가 열리는 팔란되켄 스키 리조트에는 터키 국내는 물론 인접한 러시아로부터 사람들이 스키를 타러온다.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러시아 소치가 5시간 밖에 안 걸릴 정도로 가깝다. 관광이 주수입원인 에르주룸은 스키장을 더 많이 만들고 러시아 뿐 아니라 유럽 전역의 방문객을 불러 모으려 하는데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최도 그 계획의 한 축이다. 중앙 정부 역시 에르주룸을 통해 터키를 사계절 모든 스포츠가 가능한 곳으로 만든다는 마스터플랜을 짜놓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계올림픽에 대한 꿈도 품고 있지 않을까? 터키스포츠기자협회의 무라트 아그자에게 질문을 던지자 곧바로 “계획을 갖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설 점검을 위한 테스트 이벤트가 열린 바이애슬론 경기장을 찾았더니 터키 대표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 대비해 벨로루시 코치 2명을 초빙했고. 대표팀이 독일에도 다녀왔다고 한다. 모든 종목에서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그나마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켜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보는 것이 바이애슬론이다. 지금은 비록 주인이면서도 들러리를 서야 하는 처지지만 대회 개최를 위해 만든 시설들은 터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 틀림없다. 그것이 그들의 꿈에 한발짝 더 다가서는 길이다. 동계 스포츠의 고장으로 명성을 얻으려면 시설 뿐 아니라 경기력도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에르주룸을 떠나기 직전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의 스포츠 어시스턴트 김지호(33)씨였다. 국제 스포츠기구의 한국인 회장이나 임원은 드물지 않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FISU에서 동계종목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대회를 앞두고 분주했다. 김씨는 에르주룸의 스키 점프대에 대해 “FISU는 대회 이후의 레거시(legacy)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니버시아드를 위해 지어진 시설이 그 종목의 저변 확대와 경기력 향상을 가져오는 것이 의미 있다는 이야기다. 단. 대회가 끝난 뒤 제대로 운영되고 활용된다는 전제가 붙었다.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를 개최했던 무주의 스키경기 시설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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