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북부 쿠르드 지역 공습 이어 지상군 투입
시리아 쿠르드족을 안보 위협으로 간주 전격 공격
에르도안 “테러의 회랑 하나하나 절멸시키겠다”

IS 퇴치전에서 쿠르드족과 동맹 미국은 난처해져
IS 사멸 단계에 쿠르드 민병대 토사구팽 논란
터키 군이 공습을 가한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20일 폭발 먼지가 솟구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터키 군이 공습을 가한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20일 폭발 먼지가 솟구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터키 군이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한 데 이어 지상군을 투입해 전격 침공에 나섰다. 미군과 동맹을 형성해 이슬람국가(IS) 퇴치전에 앞장선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인 미국과 터키의 관계에도 긴장을 몰고 오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21일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가 이날 지상군을 쿠르드족 거점인 시리아 아프린주로 투입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터키 공군은 전날 전투기 72대로 병영과 무기고 등 쿠르드족 인민수비대(YPG) 시설 108곳을 타격했다. 인민수비대는 공습으로 병사 3명과 민간인 7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터키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반군 세력인 자유시리아군이 20일 알레포 북부의 탈 말리드에서 쿠르드 인민수비대 쪽을 향해 사격을 가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터키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반군 세력인 자유시리아군이 20일 알레포 북부의 탈 말리드에서 쿠르드 인민수비대 쪽을 향해 사격을 가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터키 군은 공습 전 이틀간 아프린에 포격을 가했다. 공습 직후 터키가 지원하는 시리아의 아랍계 반군 자유시리아군도 육상 진격에 나섰다. <알자지라> 방송은 21일 오후 현재 터키 지상군이 국경에서 5㎞ 안쪽까지 진격했다고 전했다.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아프린에 30㎞ 길이의 ‘안전 지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터키는 ‘올리브 가지’로 명명한 작전으로 쿠르드족 민병대를 뿌리 뽑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쪽부터 시작해 이라크 국경에 이르기까지 테러의 회랑을 하나하나 절멸하겠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든 더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만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쿠르드 인민수비대는 터키 지상군의 진격을 격퇴했다고 주장하며 항전을 다짐했다. 터키 <아나돌루 통신>은 21일 국경 도시 킬리스에 시리아 쪽에서 로켓탄 4발이 날아왔다고 보도했다.


터키는 인민수비대가 자국 남동부에서 활동하는 불법 조직 쿠르드 노동당(PKK)과 한 몸이라며 진압 의지를 밝혀 왔다. 터키는 이슬람국가가 와해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쿠르드족이 시리아에서 자치지역을 설립하려는 것을 자국 안보에 중대한 위협으로 여긴다.


미국도 허를 찔리고 난처해졌다. 인민수비대는 미군의 지원으로 이슬람국가 토벌전에 앞장선 시리아 민주군(SDF)의 주축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주 터키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터키는) 이슬람국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쿠르드 민병대가 압살당한다면 미국으로서는 토사구팽을 방조했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


터키가 미국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에 “신경 쓰지 않겠다”며 강공에 나선 데는 쿠르드족이 미군의 지원으로 3만명 규모의 국경수비대를 창설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것도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민수비대의 다른 거점 만비즈도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만비즈는 쿠르드 국경수비대의 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최근 시리아에 군을 장기 주둔시키겠다고 밝힌 미국은 나토 동맹 터키가 반기를 든 꼴이라 곤혹스러워졌다. 터키는 최근 시리아 문제를 두고 러시아 및 이란과 밀착해 왔다. 러시아는 터키에 무력 사용 중단을 촉구했지만, 공격을 앞두고 터키와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는 아프린 지역의 러시아 군이 공습 전에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터키 합참의장과 정보기관 수장이 지난 18일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 군이 제공권을 장악한 이 지역에 대한 공습을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2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및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통화해 사태를 논의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